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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개인전 '전쟁에 관한 기억' 리뷰

김영태















전쟁기념관에서 느낀 동시대의 단면

사진가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앵글, 프레임, 톤 그리고 카메라 거리의 선택에 관계없이 그 결과물은 작가의 주관이 적극적으로 개입된 것이다.

이민영은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 주변의 풍경을 찍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에 있는 전쟁기념관은 나라를 지켜 온 호국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며 전쟁의 교훈과 애국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건립되었다.

디지털 시대.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은 무겁고 진지한 것이나 역사적인 거대담론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것보다는 자기 자신과 주변의 일상적인 것에 흥미로워하고 가볍고 재미있는 것에 더 몰두한다. 그래서 그들이 누리는 문화들도 자극적이고 즉흥적이다. 심각하게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갈등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민영이 찍은 전쟁기념관에서 사진에서도 그러한 동시대 문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이민영이 찍은 사진에는 전쟁과 관련된 기념비와 조각상 그리고 전쟁기념관 건물이 담겨져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것들을 배제하고 그곳에 온 사람들만 찍었다면 서울 주변에 있는 유원지나 놀이공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는 분위기이다.

전쟁기념관을 찾아온 사람들은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기보다는 마치 어느 유명관광지나 놀이 공원에 휴식을 즐기려고 온 것 같이 행동한다.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에 있는 카메라로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멋지게 혹은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그곳을 찾은 어린 학생들도 아픈 과거의 역사를 공부하고 교훈으로 삼으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놀러 온 것 같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것은 마치 심각하고 진지한 것을 싫어하고 가볍고 유희적인 것을 선호하는 동시대인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민영은 본래의 건립 취지와는 다르게 놀이 공간. 유희적인 공간으로 변질된 전쟁기념관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담담한 태도로 찍었다. 그러나 그것이 방관자적이거나 제3자적인 시각은 아니다. 대상에 접근하여 촬영하는 것보다는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촬영하는 것이 주변 환경과 피사체가 상호 의미작용을 하여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대상에 접근하여 촬영하면 주관적이라고 이야기하고 거리를 두거나 하이 앵글로 촬영하면 객관적인 시각 혹은 중립적인 태도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진가의 사진 찍는 행위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상에 개입하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태도이다.

이민영이 이번에 보여 주는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상황들이 진실이거나 진실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전혀 다른 상황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진은 찍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서 그 결과물이 다르게 드러나는 것이지 반드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은 완전히 객관적인 매체라기보다는 작가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여러 표현매체 중 하나일 뿐이다.

이민영은 서울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작가이다. 그래서 이민영의 인식체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서울에서 살면서 보고 느낀 직간접적인 경험이다. 그 결과 작가로서 관심을 보이는 대상들도 서울이라는 대도시와 관련된 특정한 공간이나 여러 현상들이다. 그래서 첫 개인전의 소재였던 서대문형무소에 이어서 전쟁기념관을 카메라에 담게 된 것이다.

이민영이 보여 주는 사진 속 상황들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결과물들은 동시대적인 여러 현상들을 잘 반영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객관적인 패러다임에 의존하는 유형학적인 사진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현대미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것은 사진이 어느 매체보다도 동시대성을 잘 반영하는 매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민영이 찍은 사진들도 동시대 한국의 문화적인 단면을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보는 이들과 깊은 교감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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